나에게 있어 청바지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다

청바지

1차원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문자로만 해석하면 그냥 파란색 바지이니까

그렇지만 청바지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차원이다

문자적 의미 그대로 파란색 바지가 아닌

데님이라 부르는 소재를 사용한 각각의 브랜드들 일 것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무렵 가족끼리 가까이 지내는 집이 있었는데 그 집 막내딸이 나보다 3살 위였다. 고1이었다.

동네에서 우연히 청바지를 입고 걸어가는 그 누나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오른쪽 뒷주머니에 흰색 역 삼각형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색종이 같은 것이 붙은 줄 알았다.

그래서 얼른 뛰어가서 인사를 하고 뒤에 뭐 붙었다고 말하려다가 그게 게스라는 상표라는 것을 알고 말을 거두었었다.

속으로 특이하네? 재밌네? 이러고 말았는데 뭔가 뇌리에 남았는지

얼마 후 시내에 나간김에 게스 매장에 일부러 들어 가보았다

가격을 보고 까무러쳤었다.

7만 9천 원!!

축구할 때 입고, 아빠 세차 도와줄 때 입고, 가족 등산 갈 때 입고, 학교 갈 때 입는 청바지 따위가 7만 9천 원?

그런데 더 까무러칠만한 건 자꾸 머릿속에 생각이 나고 갖고 싶은 것이었다.

(이미 나는 게임에서 진 거다.)

아무리 그래도 7만 9천 원은 14살 중1 학생에게는 큰돈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엄마한테 말했더니 하나 사서 더럽게 입지 말라며 두 개를 사주셨다. (당시에 엄마 사업이 잘 되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프리미엄 섹션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내 나이 14살에…몰랐어야 하는데…지금 생각하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버린 것이다.

그 이후.. 어디 청바지뿐 있겠는가…시계 신발 옷 골프 등등 장르를 막론하고 전천후로 프리미엄이나 럭셔리 라인 들만 훑고 다녔었으니…

일단 이번엔 청바지의 장르로만 국한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

나에게 청바지의 가치는 프리미엄 마켓을 알게 해준 자신감 상승의 아이템이다.

게스를 알게 되고 난 후 숱한 국내외 프리미엄 브랜드에 더 나아가 유럽 디자이너 청바지 브랜드들을 섭렵했었다.

항상 과유불급을 조심해야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모든 걸 프리미엄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만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인 거지 프리미엄 마켓 자체가 틀린 건 아니다.

어쨌든 그렇게 수많은 수업료를 내고 내가 내린 청바지 선택 기준은

내 체형을 잘 인지한 후(그래야 남들이 보기에도 그나마 괜찮은 fit을 선택할 수 있었다.)

진한 색상의 청바지를 사서 아주 가끔(난 3~6개월에 한번 단독 세탁한다.) 세탁하며 서서히 경년 변화(자연스러운 물 빠짐) 되어 가는 것을 오감으로 즐기기로 했다. 셀비지 원단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확실히 맞는 건, 청바지는 매일 입어도 상의만 바꿔 입는다면, 결코 단벌 신사 느낌이 아니라던 온라인상의 누군가의 말이다.

위의 사진은

당시에 꽤나 내게 충격적인 리바이스 광고의 한 장면이다.

방축가공을 하지 않고 출시하였으니 세탁 후 입은 채로 건조하면 자기 체형에 맞게 알아서 줄어든다는 뜻이었다.

23년 여름 즈음 LF 몰에서 4만 2천 원이라는 좋은 가격에

사진속의 청바지 품번 00501-0000 리바이스 501을 구매할 수 있었다. (모든 혜택의 영혼까지 넣었다.)

한 달 전에 두 번째 세탁을 했고 더욱 내 체형에 맞으며 색상이 한 층 더 노련해졌다.

청바지에서 연륜이 느껴져…공손해지는 느낌이다.

이 501은 다시 내게 말해준다.

이제 다시 한번 이 501 입고 굳세게 일어나라고 그리고 멋있게 경년 변화될 거니 걱정 말라고 그리고 나면 자신감이 아니고 자존감이 높아져 있을 거라고…

나에게 청바지는 그런 가치이다.

PS

#리바이스는 2023년도에 브랜드 론칭 150주년 기념을 했었다.

구글링 해보니 리바이스도 고비가 참으로 많았던 듯하다.

150년을 이어온 리바이스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